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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8월, 스티브 잡스는 한 통의 이메일을 직원들에게 보낸다. 내용은 자신이 췌장암에 걸렸고 치료를 위해 입원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췌장암은 일반적으로는 평균 1년 정도밖에 살지 못하는 대단히 무서운 암이기 때문에 많은 직원들이 우려할 것을 걱정해서인지 친절하게 암의 종류가 그리 나쁘지 않으며, 수술만 받으면 된다고 안심시켰다. 그리고 수술을 잘 받았고 자신이 없는 동안 영업과 운영을 담당 부사장인 팀 쿡이 자신의 역할을 대신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다음 내용은 애플의 직원들에게 전달된 스티브 잡스의 이메일이다. 원문의 느낌을 살리기 위해 한글과 영문을 병기했다. 스티브 잡스가 걸린 섬세포 종양은 정말 드문 종류의 암이다. 미국 전체에서 1년에 단 2,500증례 정도만 보고되고 있는데, 췌장의 신경내분비 세포에서 발생하는 것으로 느리게 자라며 수술만으로 완치가 가능하다. 심지어 전이가 있는 경우에도 수술을 해서 나은 경우도 있다. 정상적인 췌장에서 섬세포들은 우리 몸과 관련한 다양한 호르몬들을 만들어내는데, 혈당을 조절하거나 위산분비 조절 동과 같은 기능에 영향을 미친다. 스티브 잡스는 아마도 췌장암 수술로 가장 많이 하는 휘플 수술을 받았을 것이다. 췌장의 머리 부분과 십이지장을 같이 떼어내고 소장과 위를 연결하는 큰 수술이지만 암의 종류가 나쁘지 않았기에 좋은 예후를 보이는 듯하다. 2004년에 수술을 받았고 이미 6년을 넘었기 때문에 재발하지 않았다면 거의 완치나 다름없는 생활을 하고 있는 것이다. 한 가지 우려는 2009년 간 이식을 받으면서 6개월 정도 공백기를 가졌는데, 간 이식을 받은 이유가 아직도 명확히 밝혀지지 않고 있다. 췌장에서 간으로 전이가 잘되는 편인데, 간으로 전이된 것이 발견되어 간 이식을 받은 것이 아닐까 하는 추정도 있다. 어쨌든 스티브 잡스는 췌장암이라는 엄청난 병마와 싸워서 이겨내고 있는 상황이다. 수술 자체가 크고 후유증도 만만치 않은 종류라서 현재도 체중을 옛날처럼 회복하지는 못하고 있지만 비교적 건강한 것으로 보인다. 어쩌면 스티브 잡스가 아이폰과 아이패드같이 다른 것과는 비교할 수 없는 제품들을 만들어내는 것에 는 죽음에 직면했던 경험이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닌지 모르겠다. 명실상부한 애플의 2인자, 팀 쿡 스티브 잡스가 이렇게 건강악화로 애플을 떠났을 때, 그의 역할을 대신하도록 맡긴 인물이 오늘날 애플에서 2인자로 인정받고 있는 팀 쿡이다. 팀 쿡은 1960 년생 알라바마 출신으로 스티브 잡스보다 다섯 살 아래다. 남부 명문인 듀크대학 MBA 출신으로 12년간 IBM의 PC 부문에서 일했고, 그 후에는 세계적인 PC 제 조업체인 컴팩에서 재료부문 부사장으로 재직하다가 스티브 잡스가 스카우트해서 애플에 입성했다. 스티브 잡스가 CEO로 다시 취임한 1997년, 창고에는 70일 치가 넘는 재고가 쌓여 있었다. 적정치를 넘는 재고를 안고 있으면 기업의 수익성이 악화될 수밖에 없다. 스티브 잡스가 애플로 복귀한 이후 제일 먼저 시작한 일이 불필요한 제품 라인업을 정리하고 수익성을 제고하는 것이었기 때문에, 컴팩에서 이러한 업무를 총괄하고 있던 팀 쿡은 애플에게 반드시 필요한 사람이었다. 팀 쿡이 애플에 입사해서 맡은 일이 바로 SCM이었다. 팀 쿡이 입사해서 애플의 공급체계를 확인하니 무려 100개가 넘는 업체에서 부품을 구매하고 있었다. 팀 쿡은 이를 정리해서 대부분의 부품을 아일랜드와 중국 그리고 싱가포르에서 가져오고 조립은 중국 본토에서 하도록 일원화하면서 부품 공급업체 수를 20여 개로 줄였다. 그리고 부품 공급업체와 조립 공장을 매우 가깝게 위치하도록 해서 부품이 들어오면 거의 바로 조립할 수 있는 수준으로 제조 분야에서 효율화를 이루어냈다. 이런 개혁조치를 통해 70일 치가 넘던 재고물량이 팀 쿡이 입사한 지 2년 만에 10일 이하로 줄어들었는데, 이때 확립된 체계를 현재까지도 지속하고 있다. 2007년 시장조사 기관인 AMR 리서치는 애플의 SCM 관리 및 활용능력을 노키아에 이어 세계 2위로 평가했다. 당시 세계 최고 PC 제조업체이자 애플의 라이 벌로 여겨졌던 델은 리스트에도 오르지 못했다. 스티브 잡스는 이렇게 효과적인 애플의 제조 생산 능력을 매우 자랑스럽게 여겼고, 자신이 가지지 못한 뛰어난 관리능력을 가진 팀 국을 언제나 자신을 대신할 예비 CEO로서 준비시키고 있었다. 국과 잡스가 여러 모로 반대 성향을 갖고 있긴 하지만, 그 역시 잡스만큼이나 자기 일에 대한 고집이 센 사람이었다. CNN이 쓴 팀 국에 대한 기사에 따르면, 애플의 형편없는 생산, 유통, 공급 상태를 해결하기 위한 회의에서 팀 쿡은 아시아에 특히 문제가 있다는 것을 지적하 며 말했다. "상황이 정말 안 좋아요. 누군가 중국에 가줘야 하겠습니다." 그렇게 회의를 30분 정도 진행하다가 팀 쿡은 갑자기 주요 임원 중 한 명이었던 사비 칸 을 돌아보면서 말했다. "아니 당신 왜 아직까지 여기 있지?" 이 말을 들은 칸은 바로 자리에서 일어나 샌프란시스코 국제공항으로 달려가서, 옷도 바꿔 입지 않고 돌아올 날짜도 정해지지 않은 중국행 표를 예약하고 떠났다고 한다. 이것은 감정을 잘 드러내지는 않지만 만만치 않은 국의 진면목을 보여준 사건이었다. 조용하지만 무서운 카리스마를 발휘하는 인물인 것이다. 2005년 스티브 잡스는 팀 쿡을 COO에 임명했다. 현재 그는 기존에 진행했던 관리 및 운영 분야뿐 아니라 51개여 국 통신사들과 협상하며 아이폰을 판매, 운 영하는 책임까지 지고 있다. 그는 팀원들에게 새벽 4시 30분에 이메일을 돌리는 것으로 일과를 시작할 때도 있으며, 국제전화를 시간을 가리지 않고 걸어오고 일 요일 저녁 회의까지 주재할 정도로 일중독자이기도 하다.

 

평생 독신으로 산 그는 아직도 팔로알토에 있는 임대 주택에 살고 있으며 휴가를 얻어도 캘리포니아의 국립공원 같은 곳에 하이킹을 하러 떠난다. 부자 티가 전 혀 나지 않게 검소하며, 사무실에는 제일 먼저 출근해서 제일 늦게 나간다. 해외출장 일정도 거의 슈퍼맨 수준으로 잡고 일을 하지 않을 때에는 헬스클럽을 들르 거나 하이킹을 한다. 주변에서 보면 무슨 재미로 살까 싶을 정도이다. 어찌 보면 가장 나쁜 상사의 모습을 가지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그래서일까? 현재 사실상 애플의 2인자이고 최근 아이폰4 문제가 부상했을 때도 팀 쿡이 스티브 잡스와 함께 나오는 등 활발하게 얼굴을 내밀고 있지만, 스티 브 잡스가 은퇴한 후에 그가 정식으로 CEO 자리를 맡을 것인지에 대해서는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들이 많다. 애플 디자인을 이끄는 조나단 아이브나 애플 스토 어를 성공시킨 론 존슨 동이 더 적절하다는 사람도 있고 새로운 피를 수혈해야 한다는 의견도 많다. 어느 쪽이든 애플이라는 세계적인 기업이 성공한 데에는 스티브 잡스 뒤에서 묵묵히 안방살림을 지휘한 팀 쿡의 역할이 컸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성공한 기업에는 성공한 2인자가 있는 법이다. 스티브 잡스가 병마와 싸우던 2004년, 그가 소유하고 있던 픽사와 디즈니의 관계에도 문제가 생기기 시작했다. 스티브 잡스는 애플로 복귀한 이후에도 픽사에 대해서 여전히 큰 영향력을 행사했다. 물론 애니메이션 프로젝트를 직접 지휘하는 경우는 거의 없었지만, 최소한 외부 관계에서 만큼은 적극적인 행보를 보였다. 픽사에게 가장 중요한 파트너는 디즈니였다. 오늘날 픽사를 있게 한 <토이스토리> 역시 디즈니가 배급했고, 그 뒤에도 여러 작품들을 디즈니를 통해서 소개했다. 그런데 토이스토리 2) 이후에 이들의 관계가 급속히 냉각되었다. 원래 토이스토리 2>는 극장용으로 제작한 것이 아니라 제작하는 중간에 극장용으로 전환한 경우인데, 이런 상황 변화에 따라서 픽사는 새로운 계약을 요구했지만 디즈니가 거부했다. 디즈니와 픽사는 2004년 새로운 관계 정립을 위해서 접촉했다. 과거와는 달리 픽사의 위상이 올라갔기 때문에 픽사는 제작 전반을 컨트롤할 수 있어야 하고 최종적으로 만들어진 영화에 대한 지적재산권은 픽사의 소유가 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전까지는 영화 수익에 대해서는 50:50으로 분배했지만 소유권은 디 즈니가 가졌었다. 픽사는 제작비를 자신들이 직접 파이낸싱해서 충당할 것이고 전체 매출액의 10~15퍼센트를 유통비용으로 디즈니에게 지급하겠다고 했다. 여기에다가 과거에 제작한 영화들에 대한 권리까지 요구하자 디즈니의 입장에서는 과도한 요구라며 난색을 표했다. 이런 협상에서 한가운데 있었던 것이 바로 스티브 잡스와 당시 디즈니의 회장이자 CEO였던 마이클 아이스너였다. 후문에 의하면 회사들 사이에도 문제가 있지만, 스티브 잡스와 마이클 아이스너는 개인적으로도 무척이나 사이가 좋지 않았다고 한다. 이런저런 이유로 2004년 중반 픽사와 디즈니는 결별을 선언한다. 이들의 관계는 2005년 마이클 아이스너가 디즈니를 떠나면서 극적으로 회복되었다. 디즈니의 새로운 CEO인 로버트 아이거와 스티브 잡스는 정말 통이 큰 구 도로 일을 진척시키면서, 급기야는 합병을 하는 것이 좋겠다는 결론을 도출하고 세부적인 협상에 들어간다. 협상을 진척시키면서 새로운 애니메이션 필름을 제 작하고 개봉하는데, 이때 제작한 애니메이션이 라따뚜이다. 2006년 1월 24일, 놀라운 뉴스가 날아들었다. 디즈니가 74억 달러라는 엄청난 가격으로 픽사 주식을 전량인수 한다는 것이었다. 픽사 주주들의 승인이 떨어진 뒤 2006년 5월 5일 이 합병을 완료했다. 이 거래를 통해 픽사 주식 50.1퍼센트를 가지고 있었던 스티브 잡스는 디즈니 주식 7퍼센트를 소유하면서 디즈니에 서 최대주주 자리에 올랐다. 또한 이사회에 이름을 올리고 디즈니 경영에 관여하기 시작했다. 형식은 픽사를 디즈니가 인수를 한 것이지만, 사실상 디즈니가 스 티브 잡스의 영향권 아래로 들어간 것이다. 픽사의 공동창업자인 존 래스터는 디즈니 CCO라는 새로운 타이틀을 부여받았는데, 디즈니와 픽사뿐만 아니라 모든 테마파크를 디자인하고 이를 관장하는 디 즈니 이메지니어링 수석 크리에이티브 자문역도 맡으면서 경영 전반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했다. 애드 캣멀 역시 픽사와 디즈니 애니메이션 스튜디오 사장 자 리를 유지하면서 로버트 아이거와 협업을 계속했고, 스티브 잡스는 픽사 회장과 CEO 자리에서는 물러나지만 디즈니의 이사회에 참여하면서 픽사가 디즈니를 장악하는 데 일조했다. 이런 엄청난 구도로 변화를 끌어낸 장본인인 로버트 아이거는 콘텐츠 사업자로서 가지고 있던 아집을 버리고, 디즈니가 스티브 잡스가 추구한 '디지털', '사용 자 우선'이라는 관점과 철학을 받아들이고 미래를 위한 기업으로 탈바꿈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런 변화를 따르지 않는다면 결국 음반업계가 그랬듯이 미디어 기업에게 미래는 없다고 본 것이다. 로버트 아이거는 합병을 결행하기 이전에 애플과의 관계에서도 다른 회사들과는 차별된 행동을 보여주었다. 디즈니가 가지고 있는 미국 최대 방송국 중 하나인 ABC를 포함해 디즈니가 가진 콘텐츠들을 처음으로 아이튠즈를 통해 판매하는 모험을 감행하는데, 이때 ABC 방송국 경영진들과 파트너 영화관들이 엄청나게 반발했지만, 실행에 옮기는 뚝심을 보여주었다. 아이튠즈에서 디즈니 콘텐츠가 거래된 이후, 첫 해에 1억 건이 넘는 다운로드가 이루어지면서 커다란 성공의 전조를 보여주더니 2006년에는 매출액이 4,400만 달러에 이르렀고 2008년 3월에는 4백만 번째 디지털 영화를 판매(금액으로는 1억 2,300만 달러)하는 등 디지털 콘텐츠 판매시장이 존재한다는 것을 증명했다. 로버트 아이거는 현재까지도 디즈니의 CEO로 올드 미디어가 어떻게 하면 미래를 향해 변신할 수 있을 것인지를 끊임없이 고민하면서 디즈니라는 거함을 이끌고 있다. 스티브 잡스 같은 인물도 필요하지만, 우리나라에도 로버트 아이거와 같은 인물이 있어야 콘텐츠 시장이 좀 더 미래지향적으로 변신하는 데 가속도가 붙을 것이다. 미디어 업계에서 미래를 보는 혜안과 뚝심 그리고 과감한 실행력을 갖춘 새로운 스타가 나타나기를 기대해본다. 애플은 곧 스티브 잡스였기 때문에 건강 문제가 생기자 주식이 폭락하는 등, 사람들의 우려가 끊이지 않았다. 하지만 이제 애플은 예전의 애플이 아니었다. 그 뒤를 받치는 든든한 사람들이 애플을 흔들림 없이 유지했다. 이것은 이제 애플이 완전히 기업문화를 다잡으며 회복했다는 증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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